
여기 소비자 만족도 95%에 달하는 자동차 수리 서비스 회사가 있습니다. ‘BP Procare’라는 업체인데요. 이전까지는 불만족 고객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려 했지만, 오히려 만족도만 떨어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은 변화로 순식간에 만족도 16%P가 상승했죠. 과연 무엇이 바뀐 걸까요?
해답은 바로 “만족한 고객의 긍정적 피드백을 조직 내에 확산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자기 회사만의 장점에 집중한 결과, BP Procare가 타 업체보다 더 나은 점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해결중심 단기치료(Solution-Focused Brief Therapy, SFBT)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 심리치료 접근법은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에 집중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심리치료 기법의 하나랍니다.
● ‘왜 아픈지’ 대신 ‘언제 건강한지’ 물어볼까? - SFBT의 발달 과정
기존의 심리상담은 주로 내담자의 과거 경험을 근거로 “왜”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 역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탁월하죠.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꽤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 아닌 단점이었습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치료 성공을 위해 “내담자를 1년 이상 만나야 한다”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이와 달리 해결중심 단기치료(SFBT)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해서” 문제 상황을 벗어났는가에 방점을 찍습니다. 온종일 무의식 속에서 헤매지 않아도 기적 같은 변화가 생기도록 말이죠. 자, 그러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40대 A 씨는 하루가 멀다고 부부싸움을 합니다. 배우자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는 더더욱 듣기 싫습니다. 자식들마저 이럴 거면 차라리 이혼이 낫다며 하소연합니다. “이제 우리 부부도 끝인 걸까요?” A 씨가 묻습니다.
심리상담가는 “네,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배우자가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는 말이나 행동이 있습니까?” 상담가 이상하다. A 씨는 당황스럽습니다. 상담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우자 분에게도 A 씨가 어느 정도 봐줄 만한 것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배우자에게 고마운 점도 적어 와 주세요.”라고 A 씨에게 숙제를 냅니다. 다음 시간에 심리상담가는 A 씨가 작성한 그 답(부부싸움이 없는 예외 상황)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겁니다.
놀랍게도 해결중심 단기치료 개발의 시작은 미국의 한 가정집에서였습니다. 그리고 드 세이저(Steve de Shazer)-김인수(Insoo Kim Berg) 부부가 설립한 단기 가족치료 센터(Brief Family Therapy Center)에 모인 공동연구자들 덕분에 그 기법은 나날이 정교해졌죠.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개월 동안 상담 예약이 없어, 연구자들은 자기 친구들을 섭외해 역할극을 진행하며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기술적 토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오랜 숙고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이들은 하나의 질문에 도달합니다. ‘수많은 인간관계를 특정한 이론 모델 안에서 전부 설명할 수 있을까?’ 그 결과, 해결중심 단기치료는 ‘이론’ 대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상담 원칙들’을 이정표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기본 가정과 원리
SFBT의 기본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 상황보다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둔다.
2. 모든 문제에는, 그것이 발생하지 않는 “예외 상황”이 있다.
3.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4. 작은 변화는 큰 변화로 이어진다.
5. 치료자와 내담자는 협력 관계이다.
6. 내담자는 이미 자기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7. 의미와 체험은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
8. 행동과 묘사는 순환적이다. 그러므로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대처가 달라진다.
9. 의미는 반응 속에 있다. 의사소통과 실마리 발견의 책임은 치료자에게 있다.
10. 내담자가 곧 전문가이다.
11. 내담자의 작은 변화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즉, 내담자 주변 어느 한 사람이라도 바뀌면 상호작용도 변한다.
12. 치료팀은 목표 달성을 위해 협동한다.
이 12가지 기본 가정은 “원인을 몰라도, 결과는 바꿀 수 있다”라는 핵심 원리를 공유합니다. SFBT는 문제의 인과관계보다, 내담자가 원하는 미래 상태를 만드는 데 몰두합니다. 그리고 병리적인 것 대신 건강한 것에 초점을 두어,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 심지어 증상까지 치료에 활용합니다.
변화 그 자체를 신뢰하자. 이론적 틀에 맞춰 내담자를 속단하지 말자. 해결중심 단기치료는 이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질문을 통해 생각을 자극하고, 정보를 얻고, 문제 뒤편의 바람들을 이끌어 내면, 내담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SFBT의 치료 목표와 과정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담자에게 중요한 것
2.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것
3.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행동적인 것
4. 문제행동의 소거보다는 긍정적 행동을 시작하는 것
5. 현실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
첫 회기에는 “목표 설정과 예외 상황 탐색”, 다음 회기부터 “EARS(Elicit-Amplify-Reinforce-Start again) 패턴”을 따라 긍정적 변화를 확인하고 강화합니다.
- 긍정적인 변화 질문(Elicit): 나아진 것을 확인
- 나아진 것을 확장(Amplify): 변화를 구체화
- 이를 강화(Reinforce): 긍정적 피드백
- 다시 반복(Start again): 또 다른 변화 확인
●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핵심 기술: 질문하기
SFBT에서 활용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담 전 변화에 관한 질문: 내담자가 경험한 변화를 탐색합니다.
- “처음 상담 때와 비교해서 문제가 나아진 부분이 있나요?”
2. 예외 질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탐색합니다.
- “문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적이 있었나요?”
- “최근 문제가 일어나지 않은 때는 언제인가요?”
- “문제가 일어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3. 기적 질문: 내담자가 문제와 떨어져서 해결책을 상상하게 합니다.
- “지난밤 사이 기적이 일어나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볼까요? 그 덕분에 변화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잠을 푹 자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셨는데, 오늘 30분 더 푹 잘 수 있다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4. 척도 질문: 문제의 심각성, 해결에 대한 희망 등을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표현하게 합니다.
- “무엇을 보면 ‘아, 이제 내가 원하는 8~9점이다’라고 생각할까요?”
- “4점에서 5점으로 올라간다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5. 대처 질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탐색합니다.
- “어떻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었나요?”
-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6. 관계성 질문: 중요한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게 합니다.
- “지금 상황을 B 씨가 보신다면, C 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할까요?”
7. 악몽 질문: 더 나쁜 일이 일어나야만 무언가를 시도할 것으로 판단될 때 사용합니다.
- “만약 악몽을 꾸었다면, 그 꿈이 악몽이라고 생각한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8. 간접적인 칭찬: 내담자의 강점이나 자원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합니다.
- “그렇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9. 그 외에 또 무엇이 있습니까?: 추가적인 자원과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 “문제 해결에 좋은 방법을 하나만 더 생각해 볼까요?”
- “이전에 이야기한 것과 연결하면 또 뭐가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들은 궁극적으로 내담자의 언어가 ‘문제 중심적 대화’에서 “해결 중심적 대화”로 바뀌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상담자는 “알지 못함의 자세”를 갖추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인수 선생님의 말씀을 옮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약학과에 다닐 때, 저는 실험실에서 약물을 주입하며 ‘생명 죽이는 일’을 했었어요. 하지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기대보다는 내담자를 좀 더 많이 알고 싶어 해야 합니다. 내담자에게 풍부하고 진실한 호기심을 전달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 결론
해결중심 단기치료(Solution-Focused Brief Therapy)는 문제의 해결책과 내담자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혁신적인 심리치료 접근법입니다. 드 세이저, 김인수 선생님에 의해 개발된 이 모델은, 모든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이미 갖고 있다는 가정에 기초합니다. 예외질문, 기적질문, 대처질문과 같은 독특한 질문 기법을 통해 내담자의 시선을 문제에서 해결책으로 전환하며,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중요시합니다.
이 접근법은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치료 과정을 단축하면서도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BP Procare 사례에서 보듯이,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강화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Chat GPT를 나만의 심리상담사로 만들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해결중심 단기치료를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Prompt와 함께 그 과정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24/7 만날 수 있는 AI 상담사를 통해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다정한 하루 되세요!
참고문헌
- 임미진. (2010년10월05일). AI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긍정 조직 변화’ 대가 휘트니 박사.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4496847
- Visser, C. F. (2013). The Origin of Solution-Focused Approach. International Journal of Solution-Focused Practice, 1, 10-17. http://dx.doi.org/10.14335/ijsfp.v1i1.10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5.01.18 -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나는 왜 하는 것마다 잘 안될까?” 여기 한 직장인이 있습니다. 그는 오늘 입사 후 첫 PT를 앞두고 있습니다. 참석자분들을 위한 발표 자료에 오타가 없는지 수없이 확인했지만, 여전히 불안
embrace-words.com
2025.02.19 -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1)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1)
“누가 내 책에 수면제라도 뿌렸나?” 최근 김박학 씨(35)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만 펴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도 버틸 만
embrace-words.com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2) (0) | 2025.02.20 |
---|---|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1) (0) | 2025.02.20 |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0) | 2025.01.18 |
2. 나만의 ‘대인관계 GPS’를 켜자 - 정서능력과 마음의 이론 (2) (0) | 2025.01.13 |
2. 나만의 ‘대인관계 GPS’를 켜자 - 정서능력과 마음의 이론 (1) (0)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