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책에 수면제라도 뿌렸나?”
최근 김박학 씨(35)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만 펴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도 버틸 만했는데 말이죠. 분명 ‘30일 완성 기본 어휘’ 단어장을 샀을 텐데, 우리의 김박학 씨는 일주일 넘도록 Day 4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자니 초조하고, 하자니 엄두가 안 납니다. 만약 여러분에게도 이와 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실 건가요?
이 글에서 우리는 “지능에 관한 여러 오해”를 살펴보고, “공부에 대한 메타인지”를 발휘해 볼까 합니다. 과연 지능과 학습 능력은 오로지 ‘재능’의 영역인 걸까요? 공부를 위한 ‘노력’도 타고나야 잘할 수 있는 걸까요? 평생학습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잠재력을 아주 조금씩 발견해 보겠습니다.
● 지능의 발달 곡선: 꽃피울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면
많은 사람이 ‘지능 발달’에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라는 말도 있고요. 소위 ‘꼬마 천재’들이 ‘만학도의 인간 승리’보다 더 많아 보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지능 발달의 시기는 정해져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1) 학습? 이게 또 완전 과학이죠
우리 뇌는 약 600억~1,000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각 신경세포는 10,000개 이상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될 수 있어, 총 1,000조 개 이상의 신경연결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신경세포 간의 연결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하죠. 이 사이로 전기화학적 신호가 오가며 학습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지능 발달을 위해 시냅스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시냅스가 지나치게 많다면, 그 연결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른바 가지치기(pruning)를 통해, 과잉 생산되었거나, 필요하지 않은 신경회로를 정리하곤 합니다. 즉, 시냅스 생성과 제거가 활발하다는 것은 뇌가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에 민감하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시기를 “민감기(sensitive period)”라고 일컫습니다.
이 시기에서도 특히 2~7세 연령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부 능력들은 이 “민감기”를 놓치면 이전만큼 쉽게 습득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예를 들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제2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배우기도 하지만, 8세 이후부터는 언어 학습 능력이 감소하여 제2외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절대음감과 같은 음악적 능력의 습득 역시 이와 비슷한 연령대에 “민감기” 효과를 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 우리의 싹수는 무지개색일지도?
일반적으로 만 17세에 지능이 절정에 이른다고 알고 계실 겁니다. 전체 지능 발달의 50%가 태아~4세에, 30%가 4~8세에, 그리고 20%가 8~17세 사이에 진행된다는 점은 통념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다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연구 방법에 따라 지능 발달의 양상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첫째로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을 동시에 조사하는 “횡단연구”에서는 20~30대에 지능이 고점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둘째로 같은 사람들을 장기간 추적 조사하는 “종단연구”에서는 30~50대까지 지능이 발달한 사례가 많습니다.
뇌의 발달은 청소년기를 거쳐 20대 후반까지도 계속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의사결정, 비판적 사고, 창의성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발하게 발달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 대인관계 등 사회적 기술은 나이가 점차 들어가며 더욱 정교해지기도 하죠. 이는 주세페 베르디가 70대에 오페라 ‘오텔로’를,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50대 후반의 나이에 ‘돈키호테’를 창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지능은 마치 다른 계절에 다른 꽃이 피어나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학습을 하느냐에 따라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IQ의 실체”와 “공부법 제작법”을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다정한 하루 되세요!
참고문헌
- Cafasso, J. (Ed.). (2018, September 18). What Is Synaptic Pruning? Healthline. https://www.healthline.com/health/synaptic-pruning
- Newport, E. L. (2006). Language development, critical periods in. In L. Nadel (Ed.), Encyclopedia of cognitive science (pp. 737–740). Nature Group Press. ttps://doi.org/10.1002/0470018860.s00506
- Sriram, R. (Ed.). (2020, June 24). Why Ages 2-7 Matter So Much for Brain Development. Edutopia. https://www.edutopia.org/article/why-ages-2-7-matter-so-much-brain-development
- Sakakibara, A. (2014). A longitudinal study of the process of acquiring absolute pitch: A practical report of training with the ‘Chord Identification Method’. Psychology of Music, 42(1), 86–111.https://doi.org/10.1177/0305735612463948
다음이야기
2025.02.19 -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2)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5.01.08 -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 1. 자아정체성_최최종_찐찐막 - 에릭슨의 이론과 자아정체감 형성
1. 자아정체성_최최종_찐찐막 - 에릭슨의 이론과 자아정체감 형성
“나는 어쩌다 내가 되었을까?”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이런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열정도, 잘못도 넘쳐났던 20대를 지나고 이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embrace-words.com
2025.01.18 -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나는 왜 하는 것마다 잘 안될까?” 여기 한 직장인이 있습니다. 그는 오늘 입사 후 첫 PT를 앞두고 있습니다. 참석자분들을 위한 발표 자료에 오타가 없는지 수없이 확인했지만, 여전히 불안
embrace-words.com
2024.12.26 - [아동발달심리학] - XVIII. 아동기 학습: 성취와 동기의 발달
XVIII. 아동기 학습: 성취와 동기의 발달
아동기 학습은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 시기의 학습 경험은 향후 학업 성취와 평생 학습 태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아동기 학습에서는 성취와
embrace-words.com
'어른을 위한 발달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 ‘왜?’라고 하면 외않되?(1) -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생각들 (0) | 2025.03.02 |
|---|---|
| 4. 아, 이제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 IQ(지능지수)와 평생학습 (2) (0) | 2025.02.20 |
| 3. 도대체 나는 언제 성공할까? - 성취와 동기부여 바로보기 (0) | 2025.01.18 |
| 2. 나만의 ‘대인관계 GPS’를 켜자 - 정서능력과 마음의 이론 (2) (0) | 2025.01.13 |
| 2. 나만의 ‘대인관계 GPS’를 켜자 - 정서능력과 마음의 이론 (1) (0)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