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나는 원래 이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걸까요? 한번이라도 '나다운 게 뭔데?'라고 말해본 분들은 이 글에 주목해주세요. 오늘은 타고난 기질과 환경을 통해 형성된 성격,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기질 vs 성격: 나는 타고난 걸까, 만들어진 걸까?
많은 사람이 '기질'과 '성격'을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에서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됩니다.
기질(Temperament)은 한 개인의 행동양식과 정서적 반응 유형으로, 활동수준, 사회성, 과민성과 같은 특성을 포함합니다. 기질은 주로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타고난 '잠재력'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기본 설정값'인 것이죠.
성격(Personality)은 환경과 생활경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씨앗에 양육, 교육, 대인관계라는 물과 햇빛이 더해져 형성되는 '표현형'입니다.
◉ 예를 들어볼까요?
어린 시절부터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는 기질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만약 이 아이가 따뜻하고 지지적인 양육 환경에서 자란다면, 성인이 되어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으로 발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난과 강압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다면, '불안하고 회피적인 성격'으로 굳어질 수 있죠.
● 로스바트(Rothbart)가 말하는 기질의 두 축: 반응성과 자기조절
로스바트와 베이츠는 기질을 이해하는 데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 개념들은 영아의 생리적 기능에서 나타나는 선천적인 특성을 반영합니다.
1. 반응성(Reactivity)
반응성은 "영아가 얼마나 쉽게, 얼마나 강하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냅니다.
- 높은 반응성: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소음에 크게 놀라거나, 새로운 맛의 음식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 낮은 반응성: 웬만한 자극에는 잘 동요되지 않습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잘 자고, 낯선 사람을 만나도 덤덤합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이 반응성은 지속됩니다.
높은 반응성을 가진 사람은 감각적 자극에 민감하고,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 낮은 반응성을 가진 사람은 침착하고 덤덤해 보이지만, 때로는 둔감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2. 자기조절(Self-regulation)
자기조절은 "스스로 반응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면서 통제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 높은 자기조절: 화가 나도 참을 수 있고, 지루한 상황에서도 집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낮은 자기조절: 감정이 일면 즉각 행동으로 표현되고,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반응성과 자기조절은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반응성을 가졌어도 자기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면, 감정을 잘 관리하는 '예민하지만 침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반응성에 낮은 자기조절을 가진다면, '무덤덤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죠.
● 기질의 다양한 차원들
로스바트와 베이츠는 반응성과 자기조절 외에도 기질을 구성하는 여러 차원을 제시했습니다:
1. 두려워하는 성향
- 낯선 상황을 경계하고 위축되며 두려워하는 정도
- 성인 예시: 새로운 직장, 이사, 여행 등 변화 앞에서 느끼는 불안의 정도
2. 좌절에 대한 반응
- 어떤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울고 고통을 나타내는 정도
- 성인 예시: 계획이 어긋났을 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의 반응 강도
3. 긍정적 정서
- 미소 짓고 웃는 빈도,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려는 성향
- 성인 예시: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의 빈도와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정도
4. 활동 수준
- 대근육 운동의 양
- 성인 예시: 가만히 앉아있기를 힘들어하거나, 반대로 활동적인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도
5. 지구력(끈기)
- 아동이 어떤 흥미로운 물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기간
- 성인 예시: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끈기
6. 리듬성/규칙성
- 신체적 활동이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도
- 성인 예시: 수면, 식사 시간의 규칙성, 일상의 루틴을 선호하는 정도
● 성인이 된 나, 내 기질은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성격이 변한다"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기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성격은 환경과 경험에 따라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타고난 높은 반응성(예민함)은 평생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명상을 배우거나, 스트레스 관리 기술을 익히거나,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경험하면서 자기조절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예민하지만 잘 대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 기질을 알다, 나를 바로보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나를 아는 것'을 넘어 '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라는 자책 대신, "나는 높은 반응성을 가진 기질이구나. 그렇다면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는 조심히 지내고, 나중에 회복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겠다"라는 자기 이해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덤덤할까?"라는 고민 대신, "나는 낮은 반응성을 가진 기질이구나. 그렇다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성장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기질은 운명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중요한 것은, 기질은 '운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타고난 특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조절하며 살아갑니다.
높은 반응성도, 낮은 자기조절도, 모두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각각은 특정 상황에서 강점이 될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기질 유형(까다로운 기질, 순한 기질, 느린 기질)을 살펴보고, 각 기질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며, 자신의 기질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실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다정한 하루 되세요!
대표 이미지 : Andre Mouton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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